위고비로 살 빼기 1 주차
지리산에 열심히 다닐 때 의사의 권유로 술을 두 달 정도 끊었을 40대 후반 때에 70킬로 아래까지 내려간 적은 있었지만
보통 73~78 정도의 몸무게를 유지하다 퇴직 2년 전의 50대 후반 임금피크제 기간 때 저의 고질병인 우울감 때문인지
산행은 별로 다니지 않고 술은 거의 날마다 먹다 보니...
상의 100 사이즈에 허리 32 입던 제가 105로 입고 바지는 34 인치도 꽉 끼어서 등산바지만 입는 신세가 되고
몸무게도 80킬로 후반의 비만 상태가 되었습니다.
다이어트 생각은 했지만 한 번도 실행해보지도 않았고
저녁 먹으면서 소주 한 병과 맥주 한 캔으로 소맥 말아서 마시는 즐거움을 버리기는 싫기도 해서
그냥 체념하며 살았습니다.
저녁에 만취해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숙취 때문에 술 먹지 말아야지 혼자 다짐을 하지만...
저녁만 되면 출출해서 술이 당겨서 한 잔 하는 전형적인 '알코올중독자'였거던요.
그러다 보니
배 나오고 몸이 무거우니 산행도 길게 타는 게 겁이 나고 한두 시간 정도의 업다운이
적은 둘레길을 선호하게 되고...
당연하겠죠. 10킬로가 살이 찌면 쌀 10킬로 한 포대 메고 산에 간다고 생각하면 됨.
설상가상 올 겨울에 생긴 미친 계엄으로 인해서 마음이 뒤숭숭하고 이 시국에 놀러 간다는 죄책감 비슷한 게 생겨서
5개월 지난 지금까지 안내 산악회에서 출발하는
지방 산행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안 그래도 숨기게 되는 똥배가 더욱더 장난 아니게 나오게 되었네요.
몇 달 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위고비를 알게 되었지만.. 다이어트에 절실한 마음이 없는
저는 시도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에 지인들과 함께 가볍게 산행을 했는데
살찌고 배 나온 내 몰골이 너무 한심 하기도 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약기운을 빌어서라도 살을 빼어 보기로 했습니다.
검색해서 찾은 종로 5가 의원과 약국에서 구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연휴 끝나자마자 의원 처방받고 약국에서 0.25 0.5 1.0 용량의 위고비 3 펜을 구매했습니다.
집에 와서 주사약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둘레길 한 시간 반 걷고 0.25 주사를 투약했습니다.
5/8
저녁 먹기 한 시간 전 공복에 위고비 혼자서 주사를 투약하고 저녁을 먹는데 보통 때 보다 조금 적게 밥을 퍼와서
먹었는데.. 위고비 약효가 나타나네요.
그러니까 점심을 먹지 않은 배고픈 상태인데도 한 그릇 다 비우기 전에 약간의 포만감이 생기네요.
다른 때에는 점심 굶고 운동까지 하고 왔으면 소맥과 함께 두 그릇 가까이 먹어야 포만감이 들거던요.
또 하나 거의 날마다 빠지지 않고 마시는 술 생각이 안 나서 마시지 않았습니다.
(위고비 후기 중에 술 생각이 안 난다는 글을 본 적이 있거던요. 사실 저의 뱃살 대부분은 날마다 마시는 술 때문입니다.
이 기회에 금주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술도 안 먹고 밥도 조금 먹었는데 배가 부르고 배가 가득 찬 것 같아서 저녁에 동네 한 바퀴 걷다가 잠을 청했습니다.
위고비 투약 후 첫날 밤에 명현현상인지 금단현상인지 몰라도 뇌는 배가 고프지 않은데
뱃속은 꼬르륵거리고 항상 먹고 마시던 음식과 소주 한 병과 맥주 한 캔의 알콜이 들어오지 않아서
그런지 난리가 난 것 같아요.
그래서 첫날은 잠을 거의 자지를 못했습니다. 한 참 자고 깨었다 생각하고 시계를 보니 한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고
또 잠 설치다가 겨우 자서 다시 깨면 한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네요.
거실에 나와서 유튜브만 보다가 날이 새었습니다.
오늘 좀 긴 산행을 계획했지만 어젯밤 불면으로 기운 없어서 뒷산을 가기로 합니다.
뒷산을 오르는데 어제 보다 훨씬 힘이 들고 다리에 기운이 빠진 것 같이 다리가 휘청휘청하네요.
5/9
어제저녁은 보통 때 먹는 양의 반 이하를 먹고 역시 술 생각이 별로 나지 않아서 마시지 않았음.
역시 잠을 자지 못해서 밤새 설치다가 새벽녘에 3~4시간 정도 잠을 잤습니다.
아침 먹고 비 오는 우이천을 우산 쓰고 만보 정도 걷다가 집으로 왔습니다.
외고비, 아직 며칠 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진 아주 만족합니다.
저녁만 되면 술 생각이 항상 나서 거의 날마다 마셨는데 현재까진 술 생각이 나지 않아서 더욱 좋네요.
5/10
어젯밤엔 몸이 조금씩 적응을 하는지 몰라도 잠을 잤습니다.
다만, 몇 시간에 한 번씩 깨긴 해도 위고비 전의 잠 패턴과 비슷하게 아침까지 잠을 잤습니다
비가 개어서 우이천 걷다가 다시 비가 와서 집에 왔음. 5500보 밖에 못 걸었음.
5/11
술 안 마시고 밥도 적게 먹고 자도 몸이 적응이 되는지 이젠 잠을 잘 자네요.
마누라 말로는 코도 심하게 골지 않고 약하게 한다고 하니 더 보람을 느끼네요.
오늘 한 시반에 방학동 정의공주묘 근처의 식당에서 가족 외식을 한다고 해서
나 혼자 10시 반에 집에서 나와 둘레길로 걸어서 그곳까지 갔음.
현재까지 내가 생각하는 외고비의 장점은
무엇보다 제게 최고의 장점은 술 생각이 안 난다는 것입니다.
보통 알콜 중독자들은 술 며칠 안 마시면 짜증 나고 화가 나는 증세가 생기는데 그런 것은 이번엔 생기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 소화가 느려지는지 몰라도 배가 별로 고프지 않습니다.
그리고 몇 년 사이의 저는 나가는 것이 싫고 거의 집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집돌이이건요.
그런데 이것 투약하고부터 호르몬 작용인지 몰라도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어제도 비 그치고 바로 우이천으로
운동하러 나갔다가 비 와서 들어오긴 했지만...
제겐 아주 좋은 위고비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20.000만 보 정도 걸었습니다.
5/12
어제도 술을 마시지 않고 저녁밥도 평소의 반 정도만 먹고 잠을 잠.
초저녁부터 피곤했지만 잠이 안 와서 0시 넘어서 잠을 자고 아침 5시 전에 일어나 지네요.
집에서 팔굽히기를 하는데 어제는 7개가 겨우 되었는데 오늘은 11개가 되네요.
아마 운동으로 인한 가슴 통증이 사라져서 그런 것 같아요.
5/13
위고비 0.25 투약 후 6일째입니다.
저에겐 단 하나의 부작용인 불면은 점점 사라지고 평상시와 비슷하게 잠이 옵니다.
아직도 술 생각이 안 드는 것 보니 용하긴 용합니다.
어제 외식 때 소주 한 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딸의 강력한 반대로 안 먹었습니다.
오늘 뒷산 한 시간 정도 산책하고 지금 저울 재어보니 1.2킬로 빠진 86.4
술 안 먹고 운동했더니 역시 효과가 나네요. 남산만큼 나온 배도 점점 들어가는 느낌이 드네요.
5/14
오늘은 딱 일주일째입니다.
일주일이 지나니 약기운이 떨어진 건지 몰라도 음식이 조금씩 당기기도 하고 배가 고픈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집에서 다시 주사를 꽂았는데 바늘 있는 뚜껑을 열지 않고 꽂아서 1회분인 10만 원어치가 다 흘러 버렸네요. ㅜㅜ
다시 꽂기는 했지만... 0.25는 3회분만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