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벗들과의 이박삼일

김동면 2010. 3. 26. 18:14

20년을 같이 생활하던 직원이며 동지이며 친구들이 이번에 모이기로 했다.

구로 서울 청량리 용산 성북 등 각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꺼번에 스케줄 맞추기가 무지하게 어렵지만

이번에 징계(?)로 인해서 시간 맞추기가 쉬웠다.

 

24일 낮에 우선 세명이 만나서 양동의 병은 씨 집으로 향했다.

집주인은 야간근무하러 나가고 없고. 저녁 7시쯤에 인석이도 합류했다.

마누라들 없이 우리끼리 이박삼일 동안 주지육림에 빠지기 위해서 먹을 술과 고기를 준비하고...

 

 

출근정지 1개월 받은 그림쟁이 오석이(시간은 대충 맞지만 날짜가 하루 늦네 )

 

 집주인이 직접 만드는 된장과 간장 그리고 고추장 단지들

 

조금 늦게 합류한 인석이와 석쇠에 숯불 삼겹살을 직화로 먼저 굽고 가마솥 뚜껑에 숙성(?)시켜서 먹는 맛은 한마디로 죽인다 였다.

 

 

 야간이라 추워서 주인 작업복을 허락없이 옷장에서 꺼내서 주워 입고 나왔다.

 

 

 

 

 

 

 

 사진으론 투사같네 ㅋㅋ

 

 감봉한달 나

 

 두달감봉 인석이

 

 출근정지 2개월짜리 한진이 

 

 

 

 

 추워서 실내로 옮겼다.

 

 

 

 

 

 난로에 불 피우고 안주도 만들고...

 

 

 

 

 

 

 

 

 

 

 

 

맨 먼저 쓰러지고

 

 다음에 내가 두시쯤에 쓰러진다. 이것들은 세시까지 마셨다고 한다. 이틀 동안 마실 소주 열병을 첫날 저녁에 비웠다.

 

 주인장 새벽차 타고 와서 깨운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설겆이며 청소며 모두 찾아서 일을 한다.

 

 

 

 동네 뒷산 산행을 위해 준비중

 

집주인 병은이 

 

 

 

 

 

 

 

 

 얼굴이 터지려고 한다.

 

 

 

 산행하며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우리 늙어서 정년 끝나고 여기 와서 살까? 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나는 북한산 밑이나 또는 지리산 밑에 살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정다운 벗이 있는 곳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속에 연못이 있었다. 나는 오리가 있어서 당연히 집오리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이넘의 오리가 날아간다.ㅋㅋ

 

 옻닭 만들기에 돌입했다.

먼저 인터넷에서 찾아본 대로 옻을 6조각 정도와 당귀와 대추를 넣고 몇 시간 가마솥에 끓였다. 그리고 마늘과 닭을 넣고 한 시간 정도 더 끓였다.

 

 

 

 

 

 밤에 캠프파이어를 위해 준비 중이다. 그런데 비가 오고 너무 추워서 안 하기로 했다.

 

 가마솥에 옻닭

 

 

 

 

 

 

 몇 시간 만에 만들어진 옻닭을 먹었다. 국물은 뒷날 오전까지 국수 넣고 먹었다.

다음에 이 집에 갈 때는 옻닭을 주메뉴로 하기로 했다.

 

 난 난로에 연기가 역류해서 ~ 뿌옇다

 

 예언자라는 프랑스 영화에 몰입 중

 

 

 

 그림쟁이 오석이가 그린 내 얼굴

 

 정말 힘들게 그렸다고 한 우리 집 막내딸.

 

 인석이 10시 기차로 출근했고. 우리는 냉이 캐러 가기 위해 준비한다.

 

 

 

 냉이 캐기~

 

 

 열심히 냉이 캐고 있는 오석이.

우리 나중에 이곳에 이사 오기로 다짐했다.

 

 

 

 오석이가 그린 집주인 병은이

 

 

이박삼일 간 열심히 먹고 마셨다.

마음 통하는 벗들과의 술맛은 정말 좋았다.

 

이날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당번도 정하지 않았지만, 자율적으로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했던 것 같다.

회비도 조금 여유 있는 사람은 조금 더 내고 없는 사람은 조금 덜 내고...

계산적이지 않은 이런 자율적인 행동이 보기 좋았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늙으면, 그러니까 직장생활 그만 두면 산 밑에 살려고 항상 생각했다.

북한산 이나 도봉산 밑에 작은집에 살면서 아침에 도시락에 막걸리 싸들고 산에 들어가서 저녁에 내려오는 그런 생활을 꿈꿨다.

 

지리산을 다니면서 지리산 밑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백무동도 좋고 악양이나 묵계 또는 의신 범왕 신흥교 근처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었다.

그래서 언제 시간 날 때 이곳에 답사도 해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리산 밑에는 친구가 없기 때문에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늙어서는 친구가 가까운데 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늙어서 가까운 곳에 벗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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