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부터 마누라와 둘이 하는 긴 산행을 전혀 못했습니다.
이 여자가 취직을 하다 보니 쉬는 날은 주말밖에 없었습니다.
저두 직업상 주말보다 평일에 쉬는직업이라....
이번에 같이 산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새벽부터 걸어서 해질 때까지 길게 걷기로 합니다.
가다가 힘들면 자리 펴고 자는, 말 그대로 백패킹 산행입니다.
작년 4월 초에 외둔부터 완전 한 바퀴 돌았던 길이지만....
이젠 꾀(?) 생겨서 형제봉 꼭대기부터 시작하기로 합니다.
택시를 타고( 3만 원 주기로 했지만..... 미안해서 4만 원 줬습니다.) 형제봉에 도착하니 정확하게 새벽 4시입니다.
형제봉엔 역시 악명 높은 바람이 불어서 출발 준비도 못하고 원강재 까지 내려옵니다.
4시에 출발 중 찍은 사진
이곳이 960미터 이면.... 형제봉은 천 미터가 넘는다는 거네요.
원강재 임도길
거사봉 입구에서 날 샐 때까지 커피 한잔하며 20분 정도 기다립니다.
전망바위에서 녹초가 된 마누라.
당연하지요. 6개월 이상 제대로 산행 한번 못하고 따라왔어니....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조금 전에 지나온 형제봉과 원강재
악양 읍내와 오늘내일 우리가 가야 할 능선.
멀리 12시 방향의 뾰쪽한 구재봉.
시루봉 사이로 일출을 봅니다.
저도 1월에 지리산 폭설 산행의 후유증으로 지리산을 거의 찾지 못했다가 들어왔습니다.
어제 대장내시경 까지 받고 오다 보니 박 배낭 메고 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ㅎㅎ
거사봉 사거리
이쪽으로 가면 남부 능선 상불대가 나옵니다.
시루봉 전망대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바라본 오늘내일 가야 할 능선
악양 읍내와 섬진강
주단을 깔아놓은 길입니다.
꽃 이름은 모르지만...
하루 종일 이 꽃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회남재에 8시쯤에 도착합니다.
남명 조식이 악양 이야기를 많이 듣고 이곳에 터전을 잡으려고 이곳을 넘어오다...
이곳은 아니다고 발걸음을 돌렸다는 회남재입니다.
깃대봉쯤에서 바라본 어머니의 산 천왕봉입니다.
12시 방향의 보일 듯 말 듯 하는 인공 구조물이 구재봉 정자입니다.
오늘 저곳까지 가야 하는데....
마눌이 무릎 아프다고 해서 마음을 비웠습니다.
악양과 섬진강
길이 예쁩니다.
작년 이맘때 지나올 때 참혹한 잿더미 산길이었는데....
자연의 치유능력은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맨 왼쪽의 형재봉에서 우리가 지나온 능선길입니다.
거북이처럼 걸어도 이렇게 많이 걸었다니...ㅎㅎ
배틀재를 지나 칠성봉 전 봉우리입니다.
지났지만.... 논골마을이 보입니다. 멀리 뒤로 천왕봉과 주능선이 함께 보입니다.
칠성봉 봉수대
제가 생각할 때 이 능선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칠성봉입니다.
이곳에서 일박하면 정말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물을 어떻게 이곳까지 가져오려면....ㅎㅎ
더워서 바지와 셔츠를 다 갈아입고 산행합니다.
이곳 헬기장에서 일박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초막까지 물을 길어 가기로 했습니다. 단 10분 정도 거리면 되돌아와서 이곳에서 자기로 합니다. 그런데 초막까지 꽤 됩니다.
느림보 걸음으로 30분이 더 걸려서 이곳에서 일박을 못합니다.
산파 인지 몰라도 파향기가 진합니다.
고사리 따는 아낙.
이 여자 힘들다면서 고사리만 보면 따는데 정신이 없습니다.
어차피 마음 비웠습니다. 그냥 천천히 걸으면서 볼 것 할 것 다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집에 오니 고사리 쑥 산파 두릅 흰민들레 등 며칠 먹을 반찬이 나오긴 하더군요.ㅋㅋ
초막 들어가는 입구인데...
길이 잘 안 보이네요.
초막의 샘물입니다. 두꺼비 알 도룡용 알....
위의 샘물에도 역시 도룡용 알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물은 차가웠습니다.
좀 징그럽긴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 알을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망설일 가치가 없습니다.
여기서 물 못 가져가면 우리는 중간에 탈출해야 합니다.
편하게 생각하고 물 많이 마시고 10리터가량 메고 갑니다.
동점재 길입니다.
이곳에 도착하니 5시입니다. 13시간 걸어서 온 것입니다.
구재봉까지 2.2킬로이지만... 저도 마누라도 더 이상 가긴 어려웠습니다.
6시까지 이곳에 앉아서 혹시 차가 지나가면 마을로 내려가서 다시 구재봉 활공장으로 가려고 기다렸지만......
내일 아침 8시까지 차 한 대 안 지나갔습니다.
텐트에서 찍은 달입니다.
아침에 텐트 걷고 국 끓이고.....
8시쯤에 출발합니다.
또 고사리 ~ㅋ
송림 사이로 이런 길 ~
환상입니다.(어제 오후에 힘들 때는 짜증스럽더니 ㅋㅋ)
구재봉 정상에서 바라본 우리가 지나온 능선입니다.
우리 목표는 이곳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는데....
그런데 이곳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붑니다.
이곳보다 아래 헬기장이 더 포근합니다.
헬기장에서 남은 술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이 여잔 쑥 캐는데 정신없습니다.
섬진강 하류와 남해바다가 보입니다.
하동으로 갈까 악양으로 갈까 망설이다....
편하게 가까운 데로 내려오기로 합니다.
구재봉 활공장에서 행글라이더 출발하는 모습.
멋있긴 하지만....
나 같은 넘은 절대 못할 것 같습니다.ㅎㅎ
이
작년엔 개치마을로 내려왔지만....
올핸 대축마을로 내려오기로 합니다.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길이 구불구불.
잠 잔 시간 빼고 구재봉까지 15시간에 18.5KM. 구재봉에서 배터리가 없어서 Motion X 를 껐습니다.
산행을 하기 전에 우리 직원이 지리산 가서 힐링하고 오십시오,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요즘 티브이에 힐링 캠프도 있고 해서....
처음엔 feeling 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인터넷에 찾아보니 치유라고 하더군요.(맞나? ㅎㅎ)
그런 것 같아요.
산에서 치유를 받고 왔습니다.
사실 감기는 걸려왔지만...ㅋㅋ
가끔씩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걷는 것도 의미 있고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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