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고 권정생 선생님의 유언장

김동면 2008. 8. 30. 07:29

*권정생 선생님 유언장

내가 죽은 뒤에 다음 세 사람에게 부탁하노라

1 최완택. 목사. 민들레 교회.
이 사람은 술을 마시고 돼지죽통에 오줌을 눈 적은 있지만
심성은 착한 사람이다.

2 정호경. 신부.
이 사람은 잔소리가 심하지만
신부이고 정직하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3 박연철. 변호사.
이 사람은 민주변호사로 알려졌지만
어려운 사람과 함께 살려는 보통사람이다.
우리집에도 두어 번 왔지만 나는 대접 한번하지 못했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는 어린이에게 둘려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만약에 관리하기 귀찮으면
한겨레신문사에서 하고 있는 남북어린이 어깨동무에 맡기면 된다.
맡겨놓고 뒤에서 보살피면 될 것이다.

유언장이라는 것은 아주 훌륭한 사람만 쓰는 줄 알았는데,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유언을 한다는 것이 쑥스럽다.
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집 개가 죽었을때처럼 헐떡헐떡거리다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 뜬 듯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내는 걸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저기 뿌려주기 바란다.

유언장치고는 형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횡설수설했지만
이건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
죽으면 아픈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끝이다.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 죽은 뒤 환생할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때 22살이나 23살 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 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폭군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일
쓴 사람 권정생 주민등록번호 370818-0000000
주소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7


정호경 신부님
마지막 글입니다.
제가 숨이 지거든 각각 적어 놓은 대로 부탁드립니다.
제 시체는 아랫마을 이태희군에게 맡겨 주십시오.
화장해서 태찬이와 함께 뒷산에 뿌려 달라고 해 주십시오.
지금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3월 12일부터 갑자기 콩팥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뭉툭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었습니다.
지난날에도 가끔 피고물이 쏟아지고 늘 고통스러웠지만 이번에는 아주 다릅니다.
1초도 참기 힘들어 끝이 났으면 싶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됩니다.
모두한테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재작년 어린이날 몇 자 적어놓은 글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제 예금 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쪽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 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2007년 3월 31일 오후 6시 10분
권정생

 

 

 

 


 

 

몇달전에( 국방부 지정 금서)라고 해서 나쁜사마리아인을  읽었고 그 다음에 알라딘서적에서 구입한 권정생 선생님의

"우리들의 하느님"이라는 산문집을  읽었다.

이 책을 보면서 이분의 생활상과 생각을 엿보게 되었다.

이런분이 진정한 종교인이라는 생각들었다.

돌아가셔 이세상에는 안계시지만 성자같이 존경스러운 분이란 생각들었다.

현재의 이땅의 종교인이 이 사람 닮은 사람 백분의 일 아니 만분의 일만 있어도 이세상은 정말 밝고 아름다운 세상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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