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역사 앞에서

김동면 2009. 3. 7. 16:43

 

                                                                

       

 

 

                               역사 앞에서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그 엄정함에

자세를 가다듬곤 합니다
역사 앞에서는 그사람(집단)의
처음이 나중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이 처음을 결정한다는 사실입니다

일제하에서 친일을 하다가 뉘우치고
독립운동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한평생을 독립운동에 몸바치다가
막바지에 친일한 사람은 영영 용서받을 길이 없습니다

역사는 무서운 것입니다
당신의 사정이 어떠하든
역사는 우리의 죽음 이후까지를 시퍼렇게 기록합니다
오늘 현실의 승리자가 되었다고 함부로 살지 마십시오
오늘 현실 패배자가 되었다고 함부로 걷지 마십시오

역사는 무서운 것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다 죽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처음이 나중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이 처음을 결정한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 박노해 <사람만이 희망이다> 중 '역사 앞에서' 전문

 

 이 글은 7~8년전에  글이 너무 좋아서 철도노보 책표지에서 옮겨쓴 글 입니다.

작가는 누군지 잘 모르겠습니다. ( 2015년에 구글 검색에서 박노해 시)

  

 

 

오늘 전철에서 우연히 옆사람의 찌라시(조선일보) 기사를 보다가 권용모ㄱ씨가 죽었다고 나왔다.

본인이 산파역을 하고 초대 사무총장까지 지냈던 민주노총에 대해서 나쁜 점을 파헤치는 책을 

집필을 위해 10일간 잠을 못 자서 과로로 죽었다고 나온다.  

 

죽은 이 분을 보면서 정말 위의 싯귀절이  맞는 것 같다.

옛날 87년 노동자 대투쟁때 현대엔진 노조위원장으로 있어면서 구사대 폭력때문에 팔이 부러져,뿔테안경을 끼고 기브스 한 팔로 지게차 위에서 늠름했던 그 모습이었는데.(이 그림은 걸게그림으로 나와서 큰집회 또는 노동자잡지 표지로 많이 나왔음.)

 

전노협과 민주노총을 만드는 일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사람이었다.

내 희미한 기억으로 이분이 감옥에 있을때 이 분의 아버지가 울산지역에서 노동자 시민대표로 국회위원인가? 시장인가? 까지 출마하기도 했다.

나도 한때는 이 사람 수기 글을 읽고 존경(?)까지 했었다.

 

 

그러다 한동안 안보이더니 이제껏 살아온 사상과 생각의 정반대이고  노동자의 정반대 편에 서서  지탄 받는 뉴라이트 

노동분과 위원장으로 변신 되었고, 민노총의 실상을 파헤치기 위해서 과로로 인해서 이렇게 52세에 사망했다고 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도 있기도 하고

이유와 사정이 어떻든지 간에 52살 나이 밖에 살지 못하면서  얼마나 잘 살거라고 그렇게 변한 모습으로 세상을 

등졌는지 안타깝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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