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종주가 취소되는 바람에 연차 포함 3일의 휴일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했다.
혼자 화대종주나 할까 생각하다 마누라에게 빈말로 지리산 가자고 했더니 이여자 두말 않고 따라온다고 한다.
그래서 두가지 계획을 했다.
어차피 느린 마누라이니 성삼재에서 출발해서 세석 일박하고 쌍계사로 내려오는 것.
또 하나는 날씨나 분위기가 내키면 삼도봉 지날때마다 생각했던 불무장등으로 화개 섬진강까지 걸어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해서 지도를 구하고, 이재영님과 봄이님께 불무장등에 대해 귀찮게 질문하고 주의사항 등을 들었다.
구례터미널에서 화개시간표 찍어간게 많이 도움되었다. 신흥 하동 쌍계사에서 출발해서 화개로 경유해서 구례로 온다. 그곳에서 화개까지 시간은 1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노고단 선교사 휴양지터
성삼재에서 계단을 걷지 않고 도로로 걸었다. 걷다보니 산토끼가 있었다.
이넘은 도망가지 않고 길안내 하는듯 앞서 가다 서고 한다.
나는 몇년간 지리산 다니면서 작년 남북종주때 원강재 부근에서 산토끼 처음보았다.
그런데 오늘만 세번째 본다.
그러니까 선교사 별장터 앞 도로에서 한번보고, kbs송신탑 가는 길 옆에서 또 한번, 노고단 방향으로 걷는 중에 이 넘이 나타났다.
돼지고원 가는 길이다.
반야봉
날씨도 좋고 해서 반야봉에서 화개까지 가기로 했다.
그래서 임걸령에서 물빽에 3리터를 가득담고 반야봉을 올랐다.
반야봉에서 남쪽을 내려다 보면서 지도와 대조 하니 대충 길에 대해서 감이 잡힌다.
전라북도 반야봉에서 나의 왼발은 경남을 딛고 오른발은 전남을 딛으며 섬진강까지 가야한다.
낫날봉에서 바라보는 불무장등과 화개까지의 능선
봄이님이 불무장등 길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조망이 전혀 없다. 모두 숲에 가려졌다.
군데군데 짐승 배설물이 많았다.
3거리다.
오른쪽으로는 작년에 갔던 무착대 가는 길인것 같다.
허접한 고도계 시계지만 나침판 기능이 꽤 쓸만했다. 갈래길만 나오면 나침판을 보았다.
계속되는 산죽길이다.
어디서 잠시 쉬면서 밥을 먹고 싶었는데... 앉아서 밥먹을곳이 없었다가 이곳 전망대가 나타난다.
통꼭봉과 계속이어지는 화개까지의 마루금
이 산행에서 전망은 거의 없었다. 계속되는 숲길로만 가는거 였다.
산죽이 높아서 마누라 못생긴 얼굴에 스쳐서 쓰라린다고 한다.
촌여자 마누라가 가르쳐 준 둥글레 라고 한다.
통꼭봉
황장산에서 보면 여자 젖통꼭지 같이 생겨서 통꼭봉이라고 한단다.
칠불사와 범왕리 그리고 내당재가 보인다.
농평마을의 농월관 민박집이다.
이집 인심 참 좋다. 집도 옛날 어릴때 내가 살던 집같이 포근했다. 물론 요즘으로 치면 화장실 딸려 있는 현대식 집은 아니지만 , 코골고 이갈고 밤새 떠드는
대피소 숙소보단 백만배 더 좋았다. 가격도 3만원 밖에 안했다.
앞에 보이는곳이 당재다.저 재를 넘어면 목통마을로 간다고 한다.
농월관
방안에 잠자리가 있다 ㅋ
주인아줌마가 먹어보라고 준 나물들. 고사리 죽순 등
전날밤차로 내려오면서 한숨 못자고 산행하고 저녁먹어면서 한잔 했더니 8시도 안되서 기절했다.
5시에 깨어서 커피한잔하고 출발한다.
당재
이곳에서 화개까지 11킬로이다.
고사리 꺽고 있는 마누라
가다가 마눌이 안와서 뒤돌아 오면 이짓 하고 있다.
뭐해~!! 빨리 안오고~!!
마누라: 고사리 많아서 따가려고 해.애들이 고사리 잘먹잖아.
나: 그냥 내려가서 사~!! 산에와서 이런짓 하면 안되.
마누라: 어차피 여기 사람들 안오는데 금방 세어서 못먹어.
독사같은데~
새끼뱀인데 사람이 지나가도 도망가지 않고 꽂꽂히 있었다.
짐승배설물에서 버섯이 나왔다.
오뚜기바위라고 하는데 눈사람같았다.
느림보 이 여자 틈만 나면 고사리 꺽고있다.
고사리순
난 솔직히 처음본다. 먹기는 했지만 이런 모습 보기는 처음이다. 나중에 나도 같이 꺽었다.
마누라에게 칭찬들었다. "촌년하고 사니까 촌놈 다 됬네~"ㅋㅋ
화개읍내
섬진강이다. 그런데 나가는 구멍이 개구멍이다.
구례까지 버스타고 기차타고 서울로 왔다.
집에와서 펼쳐본 노획물.
많이도 꺽었다. 이 여자는 산행보다 이게 더 재미있다고 한다.ㅋㅋ
처음으로 지나온 삼도봉에서 화개섬진강까지 산행이다.
내 왼발은 경남이고 오른발은 전남이다.
산행하며 숲이 우거져서 거의 조망은 없고,산모기떼가 득실거렸지만 그래도 의미있고 기분좋은 산행이다.
내가 좋아하는 선망의 지리산을 구석구석 지나가보는게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다.
주위사람들이 그런다,
"왜 지리산만 갑니까?
나하고 백두대간 합시다 "
우리직장 산악회 두곳에서 같이 백두대간하자고 제의가 왔지만 거절했다.
백두대간도 좋고 의미있지만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산에 가는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년에 태극종주를 두번했다.
한번은 무박으로
또 한번은 1무3박5일로 지리산 태극종주를 했다.
이제는 지리산이 질릴거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집에가는 버스안에서 지리산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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