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지리산 태극종주

김동면 2009. 11. 17. 20:43

올해 4월 30일 오전 11시쯤에 어천에서 출발해서 5월 2일 인월 노인정에 07시쯤에 총 43시간 정도 무박산행을 한적 있다.

그때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같이 산행을 하느라 혹시 민폐가 될까 봐 아무 생각 없이 꽁무니만 따라갔었다.

 

깜깜한 밤에 내 키보다 더 높은 조릿대 나무 사이로 가는 것과 그리고  새봉으로 하봉 중봉 천왕봉까지의 계속 오르는 산행을 하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못 자고 걷기만 하는 너무 악몽같이 힘들었던 산행이었다.

지나서 생각하면 극기훈련에 힘자랑하는 산행 같았다. 그리고 산행 후 후유증이 남기도 했다.

나중에 산행 후 길에 대해서 기억이 거의 나지 않았다. 이번에 지리태극에서 왕등재에서 도토리봉까지 가는 길을

나는 표고차 별로 없는 능선길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전혀 그러지 않았고...

이 쪽 길 처음 산행 한 사람이랑 똑같았다.

 

그래서 이번과 같이 제대로 구경하면서 잠도 자면서 하는 산행을 하고 싶었다.

휴무 2일과 연차 2일을 사용해서 참석하기로 했다.

 남북 종주 지리산 10대 기도처 산행 같이 했던 광산님 두꺼비님과 나 3명이 동서울에서 출발했다.

 

 

 03시 반쯤 도착해서 편의점에서 캔커피 한잔하고 출발

 

 구인월교

 

 지리태극의 출발점 구인월 마을회관

 

 

 

 

 덕두봉 정상

 

 

 

 바래봉 바람은 항상 갈 때마다 악명을 떨친다.

 

 샘물에서 밥 먹고 한잔하고 출발

 

 

 

 

 

 

 

 

 

 

 천천히 쉬면서 마시면서 천천히 구경하며 하는 팔자 좋은 산행이다.

 

 정령치가 보인다.

 

 정령치에서 커피와 꿀차를 마시고 만복대를 향해서...

 

 만복대의 상고대

 

 

 

 

 

 대피소에서 만난 독일인 의사라고 한다. 통역은 두꺼비님과 외국인과 동행한 한국 여자분이 하고.. 대화하다 보니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 같았다.

자기는 채식주의자라 고기는 먹지 않지만 소주는 잘 마셨다.

 

좌우지간 이날 서북능선 타면서 하루 종일 술 마셨다. 아침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뒷날 아주 힘들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눈을 감자마자 일어나니 03시였다.

 

 

 04:45분쯤에 출발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고어재킷에 달린 후드 모자를 쓸까 하다가 몸이 더워져서 속에 땀이 많이 나올 것  같아서 고어 모자로 대체하고 땀 때문에 재킷 앞섭도 열고 걸었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비닐 우의나 판초우의 사용한 사람보다 훨씬 속이 덜 젖었다.

 

 노루목쯤이다. 컨디션이 엉망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졸리고 비가 와서 걷는데 불편했다.

 

 연하천에서 점심

 

 남북 종주할 때 삼각점

 

 하루 종일 비 흠뻑 맞고 장터목에 도착하니 서울에서 지원조 겸 같이 등산하는 라파엘 님 핫초코님 풍경님이 먹을 것 바리바리 싸가지고 왔다.

며칠간 인스턴트 음식과 술에 찌든 뱃속을 된장국과 미역국으로 달래줬다.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다.

 

 행복한 시간

 

 예전에 연하천 산장지기 하시던 분이신데. 공무원 신분으로  지리산 케이블 설치 반대운동을 할 수 없어서 사표 쓰고 케이블 설치 반대운동을 하시는 지리산의 선각자 분이시다.

 

 

장터목에서 출발 전 지도를 보고 의논 중 

장터목 예약은 했지만... 이제껏 가장 복잡하고 자리 잡기 힘든 장터목대피소가 자리가 많이 비었다. 그래서 넓게 넓게 잠을 잤다. 하루 종일 젖었던 고어재킷 등 옷을 말렸다.

아침에 모두 뽀송뽀송 말랐다. 신발만 아직 마르지 않았지만....

 

 

 03시에 일어나서 4시 45 쯤 출발했다. 천왕봉 정상 근처에 천주라고 음각된 곳.

 

 날씨가 꽤 추웠다.

 

 중봉 헬기장

구름 속이라 시야 확보가 안된다.

 

잠시 쉬면서 초코님이 싸온 떡을 먹으면서 지도로 길 찾는 중.

 

안개가 많이 끼어서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서 멀리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오직 지도와 시그널 같은 표식만 의지하고 산행하는 중.

하봉에서 시그널을 보고 계속 내려갔다. 한참 가는데... 두류봉이 나왔다.

에구~큰일 났다. 왜냐함 지도에는 분명히 두류봉 전이었어니...

그래서 다시 하봉 쪽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여기서 꽤 많은 알바를 했다.

국골 사거리를 들리지 않고 바로 청이당 계곡에서 성불 능선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도가 잘못된 거다. 또는 현재 두류봉 자리가 말봉이고 영룡봉 자리가 두류봉이었다(지도길대로 하려면 두류봉을 지나서 영룡봉 못 가서 국골 사거리가 있는 것 같다). 안개 때문에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서 고생 많이 했다.

 

 몰골이 완전 미@뇨자다. 그래도 좋다고 웃고 있는 것 보면 ㅋㅋ

 

 아마 새봉 근처일 것 같다.

 

 새봉을 지나 새재에 도착했다. 올해 4월 말일에 무박 태극 종주할 때 이곳에서 쉬었던 생각난다.

 

 왕등제 습지

 

 

선등자 광산님 사진 찍느라 처음 등장한다. 이곳에서 거름종이로 물 보충했다.

 

도토리봉. 지도상에는 왕등재 습지에서 밤머리재까지 두 시간 정도면 갈 것 같았다. 그런데 4시간 정도 걸렸다

이래저래 지도가 말썽이다. 정말 힘들었다. 바람은 무지 불고(공포의 파도소리). 낙엽은 깊고. 미끄럽고. 춥고 ~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밤머리재

원래 우리는 이곳 컨테이너에서 숙박을 할까 생각했다. 3명이니 그냥 자면 될 거라 생각하다. 여기 지도에 신세계 콘도가 보였다. 그래서 서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이곳에 예약하라고 해서 씻고 인간답게 자보기로 했다. 그런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 택시비가 두대에 4만 원이고...

그래도 모자란 술과 음식을 산청읍내에서 구입해서 먹고 마시고 했다. 다음에 혹시 이곳에서 잔다면 근처에 펜션 같은 데가 있는 것 같았다. 팻말에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신세계 콘도에서 푹 쉬고 04시쯤에 일어나서 밥 해 먹고 다시 밤머리재로 왔다.

 

 어제 지나온 길을 쳐다본다.

 

 날씨가 장난 아니게 추웠다.

 

 천왕봉 근처에 밤새에 눈이 내린 거 같다.

 

 웅석봉

 

 

 

 웅석봉에 도착해서 대강 요기했다. 추위 덕분에 카멜백 호스가 얼어서 몇 시간 동안 물을 못 마셨다.

 

 

 여기서 우리는 다물 교육원으로 갔었다. 그러면 고령토 재취장으로 가는 거다. 그래서 아르바이트했다.

떡 바실 계곡 쪽으로 가는 게 맞는 길이다.

 

 

 

 가다가 보니 고령토 재취장이다. 이곳으로 내려가면 다른 데가 나온단다.

 

 우리는 수양산 쪽으로 오기로 했다.

 

 

 

 벌목봉을 우회하는 길인데... 우리는 무식하게 벌목봉을 넘었다. 고도감이 진짜 죽음이다. 거의 70~80도 경사 같았다.

올라갈 때 힘들었지만 내려올 때는 심한 경사도와 낙엽으로 인해 더 힘들었다. 이 봉우리가 750미터 정도 된다.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끔찍한 벌목봉이다. 보통 태극종주는 이곳을 우회한다. 앞서간 두 여인네를 찾느라 우회 중에 곧바로 벌목봉을 치고 올랐다. 거의 직각에 가까운 산길을 오르면서 정말 힘들었다.

여기엔 감나무가 많았다. 감나무 밑에 떨어져서 자연 홍시가 된 감이 몇 개 보였다. 까치가 쪼아 먹은 감도 있고... 배고파서 몇 개 주워서 먹었다.

자연 홍시라 그런지 아주 맛있었다.

 

 수양산 정상. 뒷모습이 벌목봉.

 

 마지막 봉우리 시무산이다. 산 위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니 날씨도 훈훈해진다. 온몸을 칭칭 감고 있는 방한도구가 점점 벗어진다.

 

 마지막 봉우리 시무산.

 

 

 

 지리 태극의 종착점 덕산교 근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같이 한 나와 리더인 광산님 그리고 임현철 님

 

 원지 터미널 근처에서 추어탕에 소맥으로 한잔했다.

 

 

 

 

 

이번 지리 태극에서 준비한 음식과 장비

 

삼겹살 한 근. 족발 뼈 빼고 특대 한 개와 작은 것 한 개. 김치 한 통. 낙지젓갈 한 통. 소주 640 두 병.

프라이팬.

 

늘 가지고 다니던 레키스틱. 케이랜드 글로보등산화( 하루 종일 비 맞으니 조금씩 샌다)

40리터 오스프리 스트라토스 배낭(아주 굿~!! 어깨 하나도 안 아픔)

카멜백 

그리고 비 올 때를 대비해서 몇 년 전에 충동구매한  OR의 고어 솜부렐라 모자.(이제껏 이것 산 것에 후회했는데... 이번에 밥값 했다) 

천 원짜리 비니

지하도서 천 원짜리 털장갑. 면장갑 두 개. 5만 원짜리 살로몬 고어 방한장갑 한 켤레.

4~5년 전에 구입한 살레와 고어재킷( 난 고어재킷에 비관적이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사용했다. 첫날의 매서운 바람에 땀 투습이 되어서 좋았고. 뒷날의 비 오는 날 그래도 약간의 투습이 있다보니 비닐 우의보다 좋았다)

테이핑( 둘째 날부터 사용해야 하는데... 마지막 날 무릎이 아파서 이날부터 사용했다.)

버퍼 4개(마스크로 방한모로서 최고였다) 

배낭 커버

루시도 TX1 헤드렌턴

이번 산행에서 장비는 참 괜찮게 적절하게 사용한 것 같았다.

다만 비 때문에 신발이 조금 미끄러웠고 물이 새었다는 게 아쉽다.

골드윈 WB-400 겨울 바지(비가 조금씩 내려서 그런 건지 아니면 바지에서 튕겨나가는지 몰라도 하루 종일 비 맞아도 바지 속에 타고 들어가진  않았다)

간절기 집티 2벌, 겨울 집티 1벌, 양말 3켤레. 몇 년 전에 구입한 시에라디자인 우모복.

 

 

 

올해 초여름날에 마누라와 지리산 남부 종주를 위해서 백무동으로 올라가다 우연히 식당에서 버선발로 뛰어나오는 광산님(작년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때 알았다)을

만났다.

잠깐의 대화로 다음에 산행에 초대해달라고 했더니 감히 내가 생각지도 못한 명품 산행을 하게 되었다.

지리 남북 종주,

지리십대기도처 돌기,

그리고 이번의 지리 태극종주.

 

4일 동안 정말 징그럽게 걸었다.

첫날 바람 속의 16시간 (사실 이렇게 안 걸리는데 바람이 너무 불고 추워서 술 먹고 밥 먹고 천천히 걷다 보니 ㅋ)

둘째 날의 우중산행 14시간

셋째 날의 바람 속의 14시간

마지막 추위 속의 11시간.

 

사실 걸을 때는 빨리 끝나고 쉬었으면 하고 이제는 질려서 지리산 쳐다보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며칠 지나서 생각하니 이때만큼 행복한 날 없었다.

 

좋은 사람 만나서 좋은 산행 하고 그리고 지원하러 오신 님들 우정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선등자로서  고생한 광산님  총무질 하느라 그리고 70리터 배낭 메고 고생한 두꺼비님 그리고 멀리서 지원하러 오신 라페엘님

핫초코님 풍경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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