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10월5일 마누라와 지리산행

김동면 2010. 10. 7. 07:42

 9월 한 달간 내가 쉬는 날은 비가 오고 그리고 추석 앞뒤가 내 휴무라  지리산을 한 번도 못 갔다.

그러다 보니 몸도 마음도 편찮고...

 

10월 5,6 휴무일을 지리산 어디로 갈까 행복한 고민을 했다.

첫 번째는 마누라 끌고 주능선이나 탈까 했다.

그러다 어느 지리산 카페에서 본 만복대 억새를 보고 초가을의 피아골을 가야겠단 계획을 했다.

그런데 이 여자 걸음걸이는 만복대까지 세 시간이다.

그러면 계획대로 무착대 들러서  대피소에서 자기는 시간이 안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생각한 게

성삼재-만복대-성삼재-반야봉 1박-무착대-직전마을 이렇게 잡고 야영 모드로 전환했다..

 

 

 

 

 5일 04시 성삼재 도착해서 04:20분 출발했다.

 

[성삼재]

 구례읍내에서는 멀쩡한 날씨가 성삼재에 도착했을 때는 구름 속 습기 같이 안개비 같이 비가 조금씩 내려서 대수롭지 않게 만복대를 향해서 출발했다.

서북능선을 한 시간 반쯤 가다 보니 빗 방율 아 점점 굵고 거세어진다.

비 맞으면서 까지 억새 구경은 좀 그렇고 그리고 일출도 불가능할게 분명해서 할 수 없이 성삼재로 다시 돌아왔다.

 

 

 배가 고파서 노고단 대피소 가는 도로에서 막걸리 한잔하고... 성삼재 쪽은 비가 조금밖에 안 온다. 

 

 

 

 

 단풍이 조금씩 색이 바랜다.

 

 

 언제 가도 정겨운 돼지 고원

 

 

  

 

 

 

   왕시루 능선 쪽이다

 

 계획을 수정키로 한다. 날씨가 흐리고 비도 조금씩 내려서 반야 일몰과 일출 보기는 날 샌 것 같아, 피아골 대피소에서 일박하기로 한다.

그런데 너무 일찍 내려가기는  좀 그렇고 해서 무착대 들러서 일찍 내려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삼도봉 정상 근처에는 군데군데 단풍이 물들었다.

 

 

 

 불무장등 삼거리에서 점심을 먹는다.

작년에 일행들과 무착대를 일박이일만에 찾아서 갔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출발 전에 실례 무릅쓰고 거제뽀때님게 전화했다.

친절히 가르쳐 주셔서 감이 잡혔다.

아래에 있는 샘물쯤에 도착하니 작년에 지났던 길이 생각이 난다.

 

[ 불무장등 샘터]

작년에 용수암에서 두 시간 반 걸려서 올라와서 여기서 아침 겸 점심을 먹었었다.

 

 

 무착대 가는 삼거리

 

 

 무착대 바위

 

 샘터

 

 돌담을 쌓아놓은 흔적

 

여기서 고민을 했다.

가지고 간 지도에 있는 데로 왔던 길을 되돌아서 직전마을로 가야 하나 , 지도에는 없지만 무착대에서 피아 골짜기로 바로 내려가면 피아골 대피소가 가까이 있을 것 같았다.ㄱ

그리고 지리산행 중  자주 보았던 빨간 매듭이 보였다.

이 매듭이 있다면  아래로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매듭은 여기밖에 없었다 ㅋ)

직전마을에 내려가서 민박하느니 한적한 피아골 대피소에서 우아한 저녁에 한잔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치고 내려 가기로 한다.

 

 

 

 

 

 기쁜인연님 리본을 만나다.

사람 다닌 흔적 없는 너들 지대에서 만난 이 리본에 여기가 길이 맞다는 생각에 용기를 백배 얻는다. (그런데 이 리본도 여기가 끝이다ㅜㅜ)

 

이끼 낀 너덜지대 두 시간 정도면 충분히 내려올 거라 계산했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한시쯤에 출발했는데... 어둑해지고 5시가 넘어간다.

무착대에서 고도계 시계가 1200m 가려켰는데.... 750m까지 내려왔다.

이끼 낀 바위가 미끄러워서 나도 몇 번 넘어지고 마누라는 수도 없이 미끄러진다.

갑자기 이상한 생각을 했다.

우리가 길을 잘못 들었던가 아니면 어디에 홀려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쉬고 싶어도 어두운 밤이 오기 전에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쉴 수가 없었고,. 

이 너덜지대는 비 오는 날이나 어두우면 렌턴 가지고는 많이 위험할 것 같았다.

여기서 미끄러져서 크게 다치면 부축해서 내려가기도 불가능하고....

그리고 손발을 모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독사 같은 뱀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70리터 52리터 박 배낭에 둘 다 백패킹화의 비브람창이다 보니 더 미끄럽고 힘들었다.

 

 

 5시가 넘으면서 우리는 어둡기 전에 어디 자리를 잡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피아골 대피소는 포기하는 마음으로   바위계곡에서 아래에 보니 바로 여기  널따란 공터가 보였다. 

마누라에게 오늘 저기 넓은 데서 자리 펴고 자고 내일 날 새면 내려가자고 했다.

조금 더 내려오니 구계포 교 쇠줄을 보면서 혹시 저게 수없이 본 고로쇠 추출 호스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 오니 이곳이다.~

 

좌우지간 한 번도 배낭 안 벗고 구계포 다리까지 내려오니 5시 반이 넘었다. 

 

 

 

 

Motion x gps에는 25.3킬로 거리로 나온다. 아마 갈지자로 내려오다 보니 거리가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 거리는 성삼재에서 천왕봉 거리에 가깝네 ㅋㅋ

6시가 조금 넘어서 피아골 대피소에 도착해서 저녁 먹어니 살 것 같았다.

 

김명수 님의 지리산이라는 책에는 88년 이곳에 대피소를 만들 때 인골이 두 트럭이 나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소주 한잔하면서 먼저 가신 넋에게 한잔 올리고 마셨다.

 

느즈막까지 자고 8시 반쯤에 출발한다.

 

어제의 악몽 같은 길을 다시 바라보면서...

 

 

 유일하게 찍힌 사진

 

  

 

 

 

이곳이 직전마을 내려오는 날머리  같았다. 

 

 

 

버스 기다려며 ~ 

 

저 봉우리가 통꼭봉이라고 가게 아줌마가 말한다. 

 

 

Name: Track 004
Date: 2010. 10. 5. 4:10 am
Map:
(valid until Nov 5, 2010)
View on Map
Distance: 28.8 kilometers
Elapsed Time: 19:52:02
Avg Speed: 1.4 km/h
Max Speed: 64.0 km/h
Avg Pace: 41' 25" per km
Min Altitude: 436 m
Max Altitude: 1,457 m
Start Time: 2010-10-04T19:10:58Z
Start Location:  
  Latitude: 35.305586º N
  Longitude: 127.510772º E
End Location:  
  Latitude: 35.265916º N
  Longitude: 127.581159º E

첫날 거리가 25.3km

뒷날 내려오는 거리가 3.5킬로

평균속도가 1.4 km ㅋㅋ

 

 

 

 

 아직 에디터 기능을 몰라서 글을 입력하지 못했다.

어제 혼자 포토샵으로 글 넣다가 지웠다.

   

이번에 만복대 억새와 반야 일몰은 못 봤지만, 9월 한 달간 굶은 지리산 맛을 본 행복한 산행이 맞는 것 같았다.

 

가을 가기 전에 못 갔던 길을 다녀와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