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5/31 백무동-장터목-삼신봉-쌍계사

김동면 2022. 5. 31. 22:15

보름 전에 지리산 서북능선을 힘들이지 않고 8시간 반에 마치면서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 자신감으로 백무동-쌍계사 산행을 신청합니다.

 

여기 안내산악회 산행 코스가 2가지입니다.

A 백무동-장터목-천왕봉-장터목-세석-쌍계사.

B 백무동-한신계곡-세석대피소-쌍계사.

A코스는 제 체력으론 불가능할 것 같으니 천왕봉, 제석봉만 빼고 장터목-연하봉-촛대봉-세석으로 해서 남부능선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저의 체력이 힘들 것 같아서 좀 더 편한 한신계곡으로 가기로 계획을 잡습니다.

 

 

백무동03:10 도착, 화장실 다녀오니 사람들이 없습니다. 이 팻말 보고 한신계곡 쪽으로 가는데 불빛이 전혀 없어니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어떤분 두 분이 장터목 방향으로 올라가는 것 보고 계획을 수정하고 장터목 방향으로 뒤돌아와서 따라갑니다. 이 분들은 주력이 좋아서 잠시후 저의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혼자 장터목으로 오르면서 후회를 합니다.  오르막이 너무 힘들고 시간이 지체되어서 제 시간(13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은 조바심도 생깁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희한한 게 날 샐 때까지 한 명의 지나는 사람도 없이 혼자 걸었는데, 무서운 생각은 간간히 나긴 했지만 참을만합니다. 

예전에는 5분도 깜깜한 산에 혼자 있지를 못했거던요.

계속되는 오름짓을 하다가.여기부터 길이 좀 편해집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힘들어서 이코스 택한 것을 몇 번을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식수는 참샘에서 세석까지 먹을 물 1리터 보충을 합니다.
항상 매캐한 화장실 냄새가 나는 장터목에 도착했습니다.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장터목 취사장에서 모자도 쓰고 신발끈도 다시 묶고 헤드렌턴도 배낭 속에 넣고 세석 방향으로 갑니다.

여긴 해발이 높아서 끝물이긴 하지만 산철쭉이 아직 피었네요.
장터목쪽으로 갈때 이 팻말을 보면 항상 반가웠는데 오늘도 반갑습니다.
연하선경
꽁초바위 근처에서 바라본 연하선경, 그림자가 끼어서..

 

멀리 반야봉과 노고단이 보입니다.
멀리 남해바다가 가물가물 보이네요.
뒤로 보이는 천왕봉.
촛대봉
영신봉과 세석대피소
세석대피소가 완전 바뀌었네요. 오래전엔 대피소 예약 못한 사람들이 여기서 비박을 하기도 하고, 식당 대신 여기서 조리를 하고 식사를 하던 곳인데 코로나 시대의 구내식당 비슷하게 만들어 놓았네요. 몇몇 탐방객들이 마당의 탁자에서 음식조리도 하고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여기서 식사 또는 조리하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습니다. 저라도 비가 오지 않는 이상 서서 음식조리하고 서서 먹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서서 식사를 하면 비참한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세석대피소 탁자에서 삼각김밥 한 개와 포도 몇 알을 먹고 남부능선으로 출발을 합니다.
음양샘위에 있는 제단
음양샘입니다. 가뭄인지 아니면 막혀서 인지 몰라도 왼쪽 음수쪽에서 샘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양쪽에서 나와서 음양샘인데...
쌍계사 15.4킬로, 쌍계사를 가려면 팻말은 삼신봉까지는 청학동 팻말을 보고 가야합니다. 이 팻말이 삼신봉까지 이어지니까요.
의신마을 쪽으로 4~5킬로 내려가면 술 한 잔 할 수 있는 대성골 민박집도 있는데..

 

 

석문입니다. 김명수님의 지리산 책에 나오는 글 중에 오래된 지리산 비결( 숨겨서 내려오는 글)기록에 진주에서 80리 또는 140리 가면 뇌파 석문이 있고 그 석문에서 보면 백운산이 보이고 이 석문을 지나면 이상향인 청학동이 있다고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 이상향이 세석 대피소 근처 인것 같습니다.세석대피소 아래에 실제로 집터와 밭터 그리고 돌확도 있고 사람이 살던 마을터가 있습니다.근처에 영산사지도 있었다고 합니다.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 1편에 보면 서기 1500년 경 에도 여기서(세석 근처) 매를 잡아서 임금에게 공물을 바치는 사람들이 기거했었고.. 소설 남부군에서도 이상향이라고 말하는 세석근처에서 기거하며 약초 캐는 노부부가 남부군인 이태 일행에게 밥을 대접했다고 토벌군에게 총 맞고 눈위에서 사살 되었다는 것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조망이 거의 없는 숲길로 걸었지만, 간간히 조망바위에서 보는 장면입니다.
저는 삼신봉으로 생각해서 찍었는데 외삼신봉입니다.
금낭화 군락지, 오래전엔 여기를 지나가면 산불이 나서 나무가 불탄 자국이 많았는데 이번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자연의 치유력에 감탄을 합니다.
삼신봉에 올랐습니다. 정면의 뭉턱한 영신봉과 옆의 뾰족한 촛대봉 그리고 지리산 주능선이 이어집니다.
사람들이 한 명도 없어서 혼자 셀카도 찍고 ㅎㅎ
삼신봉입니다. 여기가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기 제일 좋습니다. 그러다보니 여기서 제를 올리는 것도 가끔씩 보기도 합니다.( 오래전에 여기에서 나이 든 도사같은 사람과 젊은 부부가 함께 제를 올리며 지나는 우리에게 제물로 사용한 토마토를 줘서 받아왔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지나가다 이상해서 뒤돌아보니 내삼신봉입니다.
송정굴
송정굴입니다. 오래전 13~14년 전에 마누라와 날이 저물어서 여기 마당에 텐트치고 자다가 멧돼지가 몇 번을 여기에 와서 입으로 땅을 파고 입에 묻은 흙을 터는 소리에 공포의 밤을 보낸적이 있습니다.
쇠통바위 올라가는 길인데 출입금지고 힘도 없어서 지나가기로 합니다.
헬기장 같은 공터인데 청학봉이라고 붙혀놓았네요.
상불재입니다. 오래전엔 쉽게 왔다는 생각을 했지만 오늘은 정말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덜길을 2킬로 정도내려오면 불일폭포와 조선시대에는 청학동이라고 불리웠고 한때는 불일산방이라고 불리웠던 집입니다.(지리산 유람록에 보면 벼슬아치 같은 권세가들이 젊은 중들이 메는 남여라는 가마를 타고 화개마을에서 쌍계사 지나서 여기 청학동과 불일폭포를 가는 산행기 기록이 있습니다. 그내용중에 젊은 중이 가마가 무거운지 숨소리가 씩씩거리며 거칠다.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10여년 전엔 여기서 전통주와 맥주도 팔기도 했고 주인인것 같은 단아한 한복을 입은 고운 아주머니도 기억이 나네요. 오늘은 힘들어서 불일폭포 가기를 포기 합니다.
쌍계사, 최치원이 쓴 진감선사비가 있는데 그냥 지나기로 합니다.
쌍계석문, 신라시대의 고운 최치원이 쓴 글이라고 했지만 확인방법은 없습니다.제가 읽은 지리산 유람록에서 어떤 필자는 이 글씨를 보고 최치원은 글씨를 너무 못쓴다는 글을 적어 놓기도 합니다. 고려시대 이인로의 글에도 이 글자의 기록이 있습니다. 서기 1200년대 그때도 이끼 낀 네글자라고 표현했는데 오늘도 이끼 낀 네글자였습니다.

 

거의 7~8년 사이에 최고로 많은 칼로리 소모를 했네요.
13시간 안에 오라고 했는데 다행히 2시간 빨리 도착을 했네요. 내려 와서 식당을 가려다가 혼자서 먹기가 꺼려져서 구멍가게에 가서 사온 맥주 두 병과 남은 영양밥을 점심 대용으로 먹었습니다.

 
 

거의 6년 만에 남부 능선을 다녀왔습니다.

남부 능선이 이렇게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던요.

이번엔 많이 힘들었습니다. 여기 갈 때는 무박이 아닌, 항상 일박을 하고 가는 곳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망이 없이 혼자 계속 걷는 것도 그렇고요. 길도 코로나로 인해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6년 전보다 안 좋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가 이 산행을 무사히 마친 것에 뿌듯합니다.

다음엔 천왕봉 제외한 주능선을 무박으로 다녀와야겠습니다.

 

이번 산행 중에 먹은 음식입니다.

영양밥 1개, 삼각김밥 2개, 외국산 씨 없는 포도( 이런 산행에는 최고입니다. 한주먹씩 입에 넣으면  갈증을

없애주고 에너지 보충도 해주니까요)

양갱 1개, SIS에너지젤 1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먹는 건데 맛은 없지만 체력 보충을 위해서 먹습니다)

식수는 처음 시작은 500밀리 였고 장터목 오르다 참샘에서 1리터 보충합니다.

세석대피소에서 1.5리터 보충을 했지만 날씨가 더워져서 상불재 조금 못 와서 다 떨어져서 불일산방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을 힘겹게  200밀리 

받아서 갈증해소 했습니다. 남부능선 중에 조릿대 사이로 내려가면 한벗샘 또는 박단샘(?)이라고 부르는

샘이 있는데 그 근처 지날때는 

아직 물이 충분히 있었고 조릿대 사이로 내려가서 물 받을 생각에 아예 찾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혼자 산행중엔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도 쉬지도 않고 무작정 걷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먹지를 않다보니 체력 보충이 안되어서 힘들고 무리한 산행에서는 하산 시에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하고

체력 고갈로 인해서 다리가 풀려서 자주 넘어지기도 하고 위험한 일도 몇 번 생기기도 했습니다.

(젊었고(?) 산행을 자주 많이 했을 때는 전혀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작년 12월 설천봉-백암봉-빼재  눈 산행에서 점심식사 대용으로 준비한 소시지빵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깜박 잊고 못 가져가는 바람에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체력 고갈로 인해서 하산 중에 굴러서 거의 몇 달을 병원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당부족은 뇌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글을 요즘 검색하면서 읽었습니다.(그때 굴렀을 때도 제가 판단을 잘못해서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에너지  부족으로 뇌에서 판단을 잘못해서 폴짝 뛰어서는 안 되는 곳에서 뛰는 바람에

그런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지난 서북능선 산행과 이번 산행에선 조금씩이라도 영양밥,삼각김밥과 포도 그리고 양갱과 에너지 젤을 먹었더니 힘들긴 했지만 다리가 풀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산행 중에 먹는 것과 쉬는 것도 하나의 산행이라는 말을 명심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