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에 지리산 서북능선을 힘들이지 않고 8시간 반에 마치면서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 자신감으로 백무동-쌍계사 산행을 신청합니다.
여기 안내산악회 산행 코스가 2가지입니다.
A 백무동-장터목-천왕봉-장터목-세석-쌍계사.
B 백무동-한신계곡-세석대피소-쌍계사.
A코스는 제 체력으론 불가능할 것 같으니 천왕봉, 제석봉만 빼고 장터목-연하봉-촛대봉-세석으로 해서 남부능선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저의 체력이 힘들 것 같아서 좀 더 편한 한신계곡으로 가기로 계획을 잡습니다.
혼자 장터목으로 오르면서 후회를 합니다. 오르막이 너무 힘들고 시간이 지체되어서 제 시간(13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은 조바심도 생깁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희한한 게 날 샐 때까지 한 명의 지나는 사람도 없이 혼자 걸었는데, 무서운 생각은 간간히 나긴 했지만 참을만합니다.
예전에는 5분도 깜깜한 산에 혼자 있지를 못했거던요.
장터목 취사장에서 모자도 쓰고 신발끈도 다시 묶고 헤드렌턴도 배낭 속에 넣고 세석 방향으로 갑니다.
석문입니다. 김명수님의 지리산 책에 나오는 글 중에 오래된 지리산 비결( 숨겨서 내려오는 글)기록에 진주에서 80리 또는 140리 가면 뇌파 석문이 있고 그 석문에서 보면 백운산이 보이고 이 석문을 지나면 이상향인 청학동이 있다고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 이상향이 세석 대피소 근처 인것 같습니다.세석대피소 아래에 실제로 집터와 밭터 그리고 돌확도 있고 사람이 살던 마을터가 있습니다.근처에 영산사지도 있었다고 합니다.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 1편에 보면 서기 1500년 경 에도 여기서(세석 근처) 매를 잡아서 임금에게 공물을 바치는 사람들이 기거했었고.. 소설 남부군에서도 이상향이라고 말하는 세석근처에서 기거하며 약초 캐는 노부부가 남부군인 이태 일행에게 밥을 대접했다고 토벌군에게 총 맞고 눈위에서 사살 되었다는 것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거의 6년 만에 남부 능선을 다녀왔습니다.
남부 능선이 이렇게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던요.
이번엔 많이 힘들었습니다. 여기 갈 때는 무박이 아닌, 항상 일박을 하고 가는 곳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망이 없이 혼자 계속 걷는 것도 그렇고요. 길도 코로나로 인해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6년 전보다 안 좋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가 이 산행을 무사히 마친 것에 뿌듯합니다.
다음엔 천왕봉 제외한 주능선을 무박으로 다녀와야겠습니다.
이번 산행 중에 먹은 음식입니다.
영양밥 1개, 삼각김밥 2개, 외국산 씨 없는 포도( 이런 산행에는 최고입니다. 한주먹씩 입에 넣으면 갈증을
없애주고 에너지 보충도 해주니까요)
양갱 1개, SIS에너지젤 1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먹는 건데 맛은 없지만 체력 보충을 위해서 먹습니다)
식수는 처음 시작은 500밀리 였고 장터목 오르다 참샘에서 1리터 보충합니다.
세석대피소에서 1.5리터 보충을 했지만 날씨가 더워져서 상불재 조금 못 와서 다 떨어져서 불일산방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을 힘겹게 200밀리
받아서 갈증해소 했습니다. 남부능선 중에 조릿대 사이로 내려가면 한벗샘 또는 박단샘(?)이라고 부르는
샘이 있는데 그 근처 지날때는
아직 물이 충분히 있었고 조릿대 사이로 내려가서 물 받을 생각에 아예 찾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혼자 산행중엔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도 쉬지도 않고 무작정 걷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먹지를 않다보니 체력 보충이 안되어서 힘들고 무리한 산행에서는 하산 시에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하고
체력 고갈로 인해서 다리가 풀려서 자주 넘어지기도 하고 위험한 일도 몇 번 생기기도 했습니다.
(젊었고(?) 산행을 자주 많이 했을 때는 전혀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작년 12월 설천봉-백암봉-빼재 눈 산행에서 점심식사 대용으로 준비한 소시지빵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깜박 잊고 못 가져가는 바람에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체력 고갈로 인해서 하산 중에 굴러서 거의 몇 달을 병원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당부족은 뇌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글을 요즘 검색하면서 읽었습니다.(그때 굴렀을 때도 제가 판단을 잘못해서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에너지 부족으로 뇌에서 판단을 잘못해서 폴짝 뛰어서는 안 되는 곳에서 뛰는 바람에
그런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지난 서북능선 산행과 이번 산행에선 조금씩이라도 영양밥,삼각김밥과 포도 그리고 양갱과 에너지 젤을 먹었더니 힘들긴 했지만 다리가 풀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산행 중에 먹는 것과 쉬는 것도 하나의 산행이라는 말을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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