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

(와룡산)천왕봉-새섬봉-민재봉-백천사

김동면 2022. 11. 17. 09:10

십 수년 전에  3번째 지리산  태극종주 후 무릎 부상이 생겨서 몇 달간 지리산 산행을 쉬다 보니

지리산이 그리워집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해서 단숨에 읽은 책이 

'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 1~4 권입니다. 이 책에는 모화사상에 젖어 있는 그 당시 사대부나 권력가들이 흠모했던 중국의 책 속에 지리산이 가끔 등장합니다.

그 책 속의 지리산은 불로초가 있는 신비한 산이고 청학동이라는 상상 속의 이상향이 있는

산으로 묘사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글에는 남원(옛이름)의 남쪽에 있는 산이

라고 합니다.

신라 석학 최치원의 지리산의 흔적과 기록, 고려 무신정권 때 이인로도 지리산에 다녀온 글도 있다 보니

 사대부와 권력자들이 호기심으로 지리산 유람을 했었고, 산행 일기를 남겨 놓았던 것을 한글로 쉽게

풀이해놓은 책입니다.

읽어보면 조선 초기에는 남효온 김종직 같은 사람들의 순수한 학문적인 지리산 탐구가 있지만,

중기 후기를 지나다 보면 

기생과 악공(요즘 말로 밴드) 종들을 데리고 가마를 타고 유람을 하고 사찰에서 술판과 기생판을 벌였던 

내용도 많이 있습니다.

 

 이 책 속에 가야산과 함께 사천의 와룡산이 가끔 언급되어서 와룡산을 기억은 하고 있었습니다. 

보름 전에 우연히 11/16일에 와룡산 산행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서 호기심에 신청하고 따라갑니다.

사천 임내저수지 근처에 11시 20분 쯤에 내려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바다 근처라서 해발 40미터 정도 됩니다.
임내저수지
약불암에서 도암재로 올라가는 게 오늘 등산 코스인데... 샘터가 있는 식당앞에 오니 우측 위로 임도길이 있고 빨간 리본도 붙어 있었고 앞 사람들도 그 길을 가고 있어서 따라갑니다.가다가 좀 이상해서 리본과 GPS맵을 보니 원래 코스가 아닌 다른 길입니다. 리본은 송전탑 변압기 수리하는 사람들 안내하는 리본이었습니다.

다시 내려가기도 좀 그렇고... 좋지는 않지만 길도 있고 해서 가다가 왼쪽으로 붙어서 갑니다.

정식 탐방로는 아니지만 천왕봉 상사바위 쪽으로 가는 길이 있더군요.

나중에 생각하니 오히려 잘한 것 같습니다.

뒤돌아 보니 남해바다
길은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밧줄도 있고 괜찮습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새섬봉 언저리입니다.
지나온 능선입니다.
해발 625미터, 해발 40미터가 안되는 곳에서 출발을 해서 그런지 여기까지 74분 걸렸습니다.

남쪽이라 그런지 바람이 차지 않았고  반팔 셔츠를 입어도 춥지를 않아서 산행 끝날 때까지 이 차림으로 산행했습니다.

저기 아래로 내려 가서 다시 새섬봉으로 올라가야합니다.
도암재 해발 400미터 정도 됩니다.

정상 코스로 왔다면 여기서 다시 천왕봉까지 해발 200미터 정도를 올라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했습니다. 

길도 안 좋고 오르막이 가팔라서 꽤 힘이 들었을 겁니다.

새섬봉 오르다가 뒤돌아 보니 남해바다와 천왕봉
오늘 가야할 민재봉이 보입니다.
끝에 뾰족한 봉우리가 새섬봉입니다.
새섬봉, 이름이 참 이쁘네요. 옆에 적힌 내용으로는 옛적에 바다 속에 다 가라 앉았을때 여기만 새가 앉을 정도로 남았다고...적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쉬다가 민재봉으로 갑니다.
새섬봉 아래부터 민재봉까지는 길이 참 좋습니다. 길 옆으로 철쭉이 있어서 봄에 오면 더 멋있을 것 같습니다.
산행내내 보이는 하얀집입니다.
민재봉이 눈앞입니다.
여기 능선을 따라가는 산행도 좋을 것 같네요.
천왕봉도 보이고 웅석봉도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안보입니다.
하산중에 만난 너덜길
백천사 주차장에 다 내려왔습니다.
십자 커서 우측에 보이는 점선이 원래 코스입니다. 솔직히 저 코스 보다 오늘 다녀온 코스가 제게는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도암재에서 천왕봉을 다녀오는 것이 꽤 힘들 것 같아요.

오늘 밝은 햇볕 속에서 산행을 하니 꼭 새봄 같은 기분이 듭니다.

 

와룡산, 처음 와보지만 산행 코스 참 좋습니다. 

조망을 볼 수 있는 곳도 많고 그러다 보니 경치도 참 좋고 소나무 숲길이 많아서 향기도 좋고 

봄에 오면 철쭉도 많아서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네요.

역시 선인들의 유람록에 자주 언급되는 것이 명산인 이유가 있는 것 같네요.

 

남쪽이라 봄도 빨리 찾아올 것이니 봄에 다시 찾아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