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년 전에 3번째 지리산 태극종주 후 무릎 부상이 생겨서 몇 달간 지리산 산행을 쉬다 보니
지리산이 그리워집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해서 단숨에 읽은 책이
'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 1~4 권입니다. 이 책에는 모화사상에 젖어 있는 그 당시 사대부나 권력가들이 흠모했던 중국의 책 속에 지리산이 가끔 등장합니다.
그 책 속의 지리산은 불로초가 있는 신비한 산이고 청학동이라는 상상 속의 이상향이 있는
산으로 묘사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글에는 남원(옛이름)의 남쪽에 있는 산이
라고 합니다.
신라 석학 최치원의 지리산의 흔적과 기록, 고려 무신정권 때 이인로도 지리산에 다녀온 글도 있다 보니
사대부와 권력자들이 호기심으로 지리산 유람을 했었고, 산행 일기를 남겨 놓았던 것을 한글로 쉽게
풀이해놓은 책입니다.
읽어보면 조선 초기에는 남효온 김종직 같은 사람들의 순수한 학문적인 지리산 탐구가 있지만,
중기 후기를 지나다 보면
기생과 악공(요즘 말로 밴드) 종들을 데리고 가마를 타고 유람을 하고 사찰에서 술판과 기생판을 벌였던
내용도 많이 있습니다.
이 책 속에 가야산과 함께 사천의 와룡산이 가끔 언급되어서 와룡산을 기억은 하고 있었습니다.
보름 전에 우연히 11/16일에 와룡산 산행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서 호기심에 신청하고 따라갑니다.
다시 내려가기도 좀 그렇고... 좋지는 않지만 길도 있고 해서 가다가 왼쪽으로 붙어서 갑니다.
정식 탐방로는 아니지만 천왕봉 상사바위 쪽으로 가는 길이 있더군요.
나중에 생각하니 오히려 잘한 것 같습니다.
남쪽이라 그런지 바람이 차지 않았고 반팔 셔츠를 입어도 춥지를 않아서 산행 끝날 때까지 이 차림으로 산행했습니다.
정상 코스로 왔다면 여기서 다시 천왕봉까지 해발 200미터 정도를 올라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했습니다.
길도 안 좋고 오르막이 가팔라서 꽤 힘이 들었을 겁니다.
오늘 밝은 햇볕 속에서 산행을 하니 꼭 새봄 같은 기분이 듭니다.
와룡산, 처음 와보지만 산행 코스 참 좋습니다.
조망을 볼 수 있는 곳도 많고 그러다 보니 경치도 참 좋고 소나무 숲길이 많아서 향기도 좋고
봄에 오면 철쭉도 많아서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네요.
역시 선인들의 유람록에 자주 언급되는 것이 명산인 이유가 있는 것 같네요.
남쪽이라 봄도 빨리 찾아올 것이니 봄에 다시 찾아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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