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안내산악회에서 대간길을 다녀와서 두 번째로
성삼재-벽소령-음정마을까지의 무박산행 코스를 가기로 합니다.
지난번 산행에서 제가 맨 마지막에 들어와서 많은 충격을 받고 이 분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
그런대로 몸도 다듬고 신발도 바꾸고 배낭도 최대한 가볍게 해서 참석을 합니다.
오랜만에 무박산행으로 성삼재 03:25 분에 도착을 합니다.
보통 야간열차로 구례구역에 내려서 택시 타고 성삼재를 오는데 이렇게 28인승 버스를 타고 오니 편하고 좋네요.
노고단 대피소에서 화장실 다녀오니 사람들이 한 명도 없습니다. 제가 밤에 산길을 못 다니니
겁도 나지만 그래도 가야 하니...
노고단 고개를 지나 노고단 사면길을 가는 중에 헤드렌턴이 갑자기 꺼지고 렌턴 밴드가 다 풀어지고(집에 와서 보니
블랙다이야몬드 헤드렌턴이 오래되다 보니 고무 탄성이 없어져서 그런 것임)
그러다 보니
귀에 꽂혀있던 에어팟 콩나물 두 개도 바닥에 떨어지고
밤길 무서움 많은 저는 공포가 밀려왔지만 이상하게 침착해집니다.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켜고 에어팟 부터 찾고, 스마트폰 불빛에 의존해서 돼지령 조금 못가서 까지 걷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하고 헤드렌턴을 다시 만지니 켜집니다. 늘어난 밴드는 임시방편으로 묶어서 줄이고
그런데 참 이상한 게 제가 야간 산행 중에는 항상 등이 서늘하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이상한 기분이 자꾸 들었는데요.
이날은 아무 생각이 안 듭니다. 별로 이상한 생각도 안 들다 보니 무섭지도 않고요( 이런 느낌은 오래전
히말라야 갔을 때 새벽 두 시에 깨서 혼자 산 중턱에 돌아다니다 숙소에 들어온 그때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없이 도로 따라서 내려왔지만, 이 근처에 찾아보면 리본 많이 붙어 있는 곳으로 내려오면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3주 동안 몸 관리한 것과 배낭을 최대한 가볍게 한 것이 오늘 산행에서 뒤처지지 않은 이유 같습니다.
사람과 달리 산은 내가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고 사랑하는 만큼 항상 나에게 보답을 합니다.
가볍게 가기 위한 준비물.
마모트 네오쉘 재킷을 가져갈까 하다가 더 가볍게 가기 위해서 비닐 우의와 얇은 패딩을 가져갔음
두 끼분 편의점표 김밥과 유부초밥(몸에 안 좋겠지만 식당 김밥과 달리 잘 상하지 않음)
양갱 2개, 에너지바 2개, 각 한 개씩 먹었음.
지리산에 물이 많이 있으니 1리터 물병에 식수 500밀리 가져감.
스틱도 200그램 더 가벼운 것으로 가져가고.
신발도 한 짝당 200그램 가벼운 것으로 구입해서 신고감.
그 외에 배낭에 별로 사용하지 않은 것은 모두 빼 버렸음.
성삼재 출발해서 노루목 이후의 지리산 주능선은 거의 5년 만에 왔습니다.
저는 많이 변했는데 지리산은 변함이 없이 저를 따뜻하게 맞아 주네요.
제가 40~50대 때 우울증 증상으로 많이 괴롭고 힘들 때 저를 항상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다독여 준 것이 산이었고
그중에 더 많은 치유를 받는 산이 바로 지리산이었습니다.
옛날같이 한 달에 두세 번씩 지리산을 들어가게 하는 열정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뭔가 뭉글뭉글 새로운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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