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길

성삼재-벽소령-음정마을

김동면 2021. 10. 15. 10:24

지난번 안내산악회에서 대간길을 다녀와서 두 번째로

성삼재-벽소령-음정마을까지의 무박산행 코스를 가기로 합니다.

지난번 산행에서 제가 맨 마지막에 들어와서 많은 충격을 받고 이 분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

그런대로 몸도 다듬고 신발도 바꾸고 배낭도 최대한 가볍게 해서 참석을 합니다.

오랜만에 무박산행으로 성삼재 03:25 분에 도착을 합니다.

보통 야간열차로 구례구역에 내려서 택시 타고 성삼재를 오는데 이렇게 28인승 버스를 타고 오니 편하고 좋네요.

임걸령 샘터

노고단 대피소에서 화장실 다녀오니 사람들이 한 명도 없습니다. 제가 밤에 산길을 못 다니니

겁도 나지만 그래도 가야 하니...

노고단 고개를 지나 노고단 사면길을 가는 중에 헤드렌턴이 갑자기 꺼지고  렌턴 밴드가 다 풀어지고(집에 와서 보니

블랙다이야몬드 헤드렌턴이 오래되다 보니 고무 탄성이 없어져서 그런 것임)

그러다 보니

귀에 꽂혀있던 에어팟 콩나물  두 개도 바닥에 떨어지고

밤길 무서움 많은 저는 공포가 밀려왔지만 이상하게 침착해집니다.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켜고 에어팟 부터 찾고, 스마트폰 불빛에 의존해서 돼지령 조금 못가서 까지 걷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하고 헤드렌턴을 다시 만지니 켜집니다. 늘어난 밴드는 임시방편으로 묶어서 줄이고

그런데 참 이상한 게 제가 야간 산행 중에는 항상 등이 서늘하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이상한 기분이 자꾸 들었는데요.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사용하다 보니 고무밴드의 탄성이 완전 없어져서 이렇게 중간을 묶어서 줄여서 사용했던 블다 헤드렌턴입니다.

이날은 아무 생각이 안 듭니다. 별로 이상한 생각도 안 들다 보니 무섭지도 않고요( 이런 느낌은 오래전

히말라야 갔을 때 새벽 두 시에 깨서 혼자 산 중턱에 돌아다니다 숙소에 들어온 그때밖에 없었습니다.)

노루목에 도착을 합니다. 다른 분들 반 정도는 반야봉을 갔다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저는 늦게 도착해서 민폐끼치지 않기 위해서 안가기로 합니다.
삼도봉에 도착하니 날이 조금씩 밝아지네요. 이젠 렌턴 없어도 됩니다.
삼도봉의 운해와 불무장등, 이것 보면서 이 좋은 것을 몇 년간 오지 않았는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불무장등
구글포토에서 생성된 파노라마 사진
구름속의 화개재입니다.여기서 신발끈도 다시 묶고 오늘의 가장 험난코스로 생각한 토끼봉을 가기위해 채비를 정비합니다.
구름속에서 약하게나마 해가 돋는 모습입니다.
구름속의 불무잔등과 그 능선들... 저 능선이 섬진강 까지 이어집니다.
너무 좋습니다. 이 그림 하나만 보아도 잠안자고 밤새 내려온 보상을 하고도 남습니다.
아마 오늘 구간중에 제일 힘든 코스가 토끼봉 올라가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마음 단단히 잡고 산행을 합니다.
토끼봉을 이제껏 산행하는 중에 제일 쉽게 올라왔습니다. 여기 올라올때 항상 힘들었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마음을 잡고 아직 멀었다는 마음으로 올라오니 생각이상으로 쉽게 올라오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오솔길입니다.
다람쥐
연하천에 8시 조금 넘어서 도착을 합니다. 여기서 편의점표 유부초밥으로 아침을 떼웁니다.
조금씩 날이 갭니다.
삼각고지입니다. 여기서 바로 음정으로 내려가기도 하고요. 오래전 남북종주 할 때 약수암으로 해서 이리로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벽소령까지 가기가 힘들어서 빽해서 연하천 마당에서 비닐 덮고 잔 기억이 납니다.(지금은 비박 안됨)
형제봉을 가는 중에 본 그림입니다.
형제봉입니다.
가다가 뒤 돌아본 형제봉
벽소령 대피소가 보입니다.
여기서 셀카도 찍고 ㅋ
토끼봉에서 내려오는 능선입니다. 저 아래 계곡에서 오른쪽 위로 조금 올라가면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사살 된 빗점골이기도 합니다.
5년 만에 벽소령을 왔습니다. 식당이 저 뒤의 지하쪽이었는데 위로 올라왔네요. 이제 음정쪽으로 하산을 하기로 합니다.
음정마을 6.7킬로
혼자 임도길을 내려오면서 처음에는 길이 좋아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오래전 지리산 청소산행을 한 후에 지름길로 내려간 기억이 나는데 아무 생각없이 오다보니 임도길로 내려 옵니다.
여기 이후로로 계속 임도와 콘크리트길을 내려 갑니다.(제가 조금만 신경썼으면 샛길을 찾을 수 있었을건데....)

저는 아무 생각없이 도로 따라서 내려왔지만, 이 근처에 찾아보면 리본 많이 붙어 있는 곳으로 내려오면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두 번째로 도착을 합니다.그러니까 14:10 까지 오라고 했는데 11:50에 도착을 했으니까요.
돌려서 본 지도
심박수가 드물게 낮게 나오네요. 아마 오르막이 적었고 임도 하산으로 인해서 그런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산후에도 별로 힘이 들지 않았습니다.

 

3주 동안 몸 관리한 것과 배낭을 최대한 가볍게 한 것이 오늘 산행에서 뒤처지지 않은 이유 같습니다.

사람과 달리 산은 내가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고 사랑하는 만큼 항상 나에게 보답을 합니다.

 

가볍게 가기 위한 준비물.

마모트 네오쉘 재킷을 가져갈까 하다가 더 가볍게 가기 위해서 비닐 우의와 얇은 패딩을 가져갔음

두 끼분 편의점표 김밥과 유부초밥(몸에 안 좋겠지만 식당 김밥과 달리 잘 상하지 않음)

양갱 2개, 에너지바 2개, 각 한 개씩 먹었음.

지리산에 물이 많이 있으니 1리터 물병에 식수 500밀리 가져감.

스틱도 200그램 더 가벼운 것으로 가져가고.

신발도 한 짝당 200그램 가벼운 것으로 구입해서 신고감.

그 외에 배낭에 별로 사용하지 않은 것은 모두 빼 버렸음.

 

성삼재 출발해서 노루목 이후의 지리산 주능선은 거의 5년 만에 왔습니다.

저는 많이 변했는데 지리산은 변함이 없이 저를 따뜻하게 맞아 주네요.

제가 40~50대 때 우울증 증상으로 많이 괴롭고 힘들 때 저를 항상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다독여 준 것이 산이었고

그중에 더 많은 치유를 받는 산이 바로 지리산이었습니다.

옛날같이 한 달에 두세 번씩 지리산을 들어가게 하는 열정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뭔가 뭉글뭉글 새로운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